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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THELESS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사진으로 돈을 벌다니 이만큼 행복한 일이 어딨을까요?
처음엔 사진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이 기뻤고, 이제는 제가 바라보는 시선과 아름다움이 클라이언트에게 설득되길 바라고, 더 나아가서 사진을 본 사람들이 어 떠한 감동이 생기길 바라는 욕심까지 생겼습니다.
이만하면 됐다고 맞춰줄때도 있고, 촬영준비가 부족할때도 있고, 최종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도 있고, 마음에 든 사진들이 선택받지못할때도 당연히 있 습니다. 밥벌이가 시원찮아 유행하는 스타일에 맞춘 사진들, 유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릴때도 있었습니다.
가끔 사진을 찍을때면 컨셉도, 사진의 목적도 잊은채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를 사로잡는 순간들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존재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무력감에 무너지고만 싶을때도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느껴지고, 증명할 수 없다고 느껴질때. 탓 할 수 있는게 자신밖에 없을때. 그럴때마다 결국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갑니다. 우연히 마주한 풍경에서 뜻하지 않은 위로를 느끼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사물의 형태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문장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상업사진을 찍는 과정속에서 저를 사로잡은 시선과 일로써의 사진이 무겁게 느껴져 그저 목적없이 카메라를 들고 마주한 순간들을 전시합니다.
여전히 내가 동경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위치는 멀게만 느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하고싶은 말도 명확하지 않고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카 메라를 들어야 겠습니다.
참여: 박인준
2023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