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지(無主地, Unclaimed Shelter)

Artist :

Yuhwan Kim(@kangyuhwan)

Kyurae Kim(@kow_wow_)

Curator :

hanryang Kim(@hanryangkim_)

Curator Poster design

Chaehee Park(@chae.hee.park)

 

전시서문

강유환, 김규래: 무주지(無主地, Unclaimed Shelter)(1) 

 

불투명한존재 

ʻ나’와 ʻ너’는살(肉, Flesh)을응시한다. 비정형의 ʻ공간’으로서신체는오직 ʻ나’로부터시작하는세계로볼수 없다. ʻ나’는기원을배제한, 즉무(無)에서출현한세계, 존재가아니다. 이미도래한 ʻ너’로부터발현된세계는 ʻ 나’의살에층위를쌓는다. 일련의세계로서 ʻ나ʻ는 ʻ너’와얽히고설킨다. 세계는교차하고, 연결과분절이 발생한다. ʻ나’의시선을중심으로 ʻ너’, ʻ사물’ 등을판단및규정하는관점은오래물든습관으로서해묵은관념에 불과하다. 필연에기인하는운명론은 ʻ타자’를증식한다. 주체로서 ʻ나’는 ʻ타자’로서 ʻ너’, ʻ사물’의세계를소유하고, 강탈한다. 자신을투명한존재로규정하는주체의명령은타자를불투명한존재로절하한다. ʻ나’, ʻ너’, ʻ사물’ 등은 주체와타자, 투명성과불투명성등이항대립으로정의할수없다. 어떠한존재가생성한세계는단일차원에 정주하지않는다. ʻ나’, ʻ너’, ʻ사물’ 등을포괄하는 ʻ우리’는매순간영향을주고받는다. 공동의세계를열망하는 순간은불투명한존재로서우리의동등한생(生)을증명한다. 우리는비정형의공간ㅡ신체등ㅡ과정형의공간ㅡ 땅, 집등ㅡ을횡단한다. 주체라는과거의유령은실존이생성한세계를함몰하기위해오늘을배회한다. 우리의 살을더듬는다. 피부아래보이지않는뼈를상상한다. 주체는보이지않는것을부정한다. 우리는한손으로다른 손을만지며뼈의존재를인정한다. “과거를허물처럼벗고ㅡ망명ㅡ자아를유산하기” (2) – 수전손택(Susan Sontag) 

 

어떠한언어를질문하는사람 

우리에게들려오는최초의언어는기억도, 식별도불가능한진동이다. 끊임없이진동하는언어를듣기위해 바깥을향한다. 세계를마주하고, 시간을감각한다. 언어를더듬는다. 더이상언어는진동으로들리지않는다. 대화라는사건이생성된다. 대화는일치와불일치의순간이다. 송신자와수신자의역할은고정되지않는다. 연결과분절이불규칙적으로발생하는대화의과정에서언어를되뇐다. 언어에서언어를발견한다. 우리는 가시적언어를통해비가시적장면을상상하고, 비가시적언어를통해상상한장면을열망한다. 대화에서언어는 재현되지않고, 속박할수없다. 우리의언어는불변하지않는다. 

강유환은사람과사물을포괄하는실존의언어에귀를기울인다. 감각하고, 마주하는지금-여기의공간에서 발견한언어를손끝으로연결한다. 대화로부터사물이도래한다. 그리고언어를발견한다. 사물간의대화를통해 연결한언어를공유한다. 종결부없는대화는투명성을선취하지않는다. 피부아래의뼈는보이지않는다. 기실, 선명한언어는존재하지않는까닭에대화속에서연결과분절이불연속적으로발생한다. 단일한언어는없다. 강유환은시공간을초월하는대화에서언어를설명한다. 어떠한언어를질문하는사람으로서우리에게말을 건다. 

 

(1) “누구에게도속하지않는땅”이라는뜻으로, 라틴어 ʻTerrae Nullius’로서표기한다. 국제법에따라어떠한국가의영토로편입되지않는지역을말한다. 따라서주권의행사가무효하다. 명시적혹은암묵적으로주권을포기한영토를포괄한다. ʻUnclaimed Shelter’는이미정의된용법으로서라틴어표기가오직 정치적의미로함몰되는지점에서벗어나 ʻ의식주(衣食住)’의 ʻ주(住, Shelter)’에서착안해넓은범주에서해석할수있는 ʻ누구에게도속하지않는-’ ʻ땅’, ʻ집’, 나아가비정형의 ʻ장소’ 등확장된맥락을은유한다. 그러나 ʻShelter’는인간의영역에서멈추지않고, 사물과동물등을포함한다. 소유가무효한 ’Shelter’는 인간에게한정되지않는다. 

(2) 수전손택(Susan Sontag),『의식은육체의굴레에묶여 ~ (도서출판이후, ) 』, p.  

 

가닿은, 가닿지못한언어를수놓는사람 

언어가도래한다. 우리의대화에서언어는서로에게온전히기입되지않는다. 실존간의대화는절반의가능성을 전제로형성된다. 어떠한실존의언어가가닿기위해서로를참조한다. 즉, 언어를둘러싼대화는선명하거나 흐린장면이불연속적으로생성되는사건이다. 동일한언어는없다. 공동의언어를열망한다. 예견할수없는 언어에기인하는대화는고통으로다가온다. 불화속에서우리를발견하고, 화해를통해삶을인정한다. 가닿은, 가닿지못한언어를되뇐다. 우리의대화는서로의고통을인정하는책임의순간이다. 우리는공명한다. 

김규래는공백으로서침묵, 서로의언어가포개어지는호흡, 불화하는순간에서분절하는언어, 화해의순간에서 고통을인정하는책임감등이동반되는대화를상기하며가닿은, 가닿지못한언어를수놓는다. 대화에서사건은 다층적으로생성된다. 신체에가닿은언어를통해공동으로서 ʻ우리’를상상한다. 가닿지못한언어로부터한계를 실감하는동시에스스로벼린다. 보이지않고, 사라지는언어를기억하기위해귀기울이고, 말한다. 고통을 수반하지않는대화는없다. 그리고삶을발견한다. 김규래의수행적행위는대화에서발생하는고통의순간을 인정하는과정이다. 가닿은, 가닿지못한언어를수놓는사람으로서우리에게말을건다. 

 

누구에게도속하지않는공간에서도래하는사건 

중단없는대화의장면에서서로의신체에기입한언어를상기한다. 우리는보이지않는세계를열어젖히는 과정을통해실존에말을건다. ʻ견(見)과관(觀)’, 실존의보이는면을감각하는행위는 ʻ견’이다. 보이지않는 것을질문하고, 설명하는몸짓은 ʻ관’이다. 즉, 대화는서로의고통을인정하기위해 ʻ관’의태도를실천하는 사건이다. 우리에게내재한, 보이지않는세계ㅡ피부가감싼신체의기관, 형태로규정되지않는사물의성질ㅡ를 상상한다. 끝없이도래하는언어로, ʻ관’에기반한몸짓으로말을건다. 우리의대화는불화의순간을화해하고, 실존의차이에서발견한삶을인정하는책임감의장면이다. 우리는홀로존재하지않는다. 차이로부터연결, 분절하는 ʻ삶-세계’는인과를초월하고, 층위를쌓아간다. 도래하지않을 ʻ공동-ʻ을열망한다. 불투명한실존으로서 우리는대화를생성한다. 

“사건은발생한것이아니라어떤장소의, 어떤공간-시간자체의도래, 그시간-공간의노출, 그한계의 흔적이그려지는것이다.” (3) – 장-뤽낭시(Jean-Luc Nancy) 

도래하는언어, 실존의신체, 사건으로서대화, 불화와화해의순간, 한계로부터고통을인정하는책임감등은 인과에의한필연으로구성되지않는다. 사건은서로의몸짓으로보이지않는세계를설명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우연히생성된다. 펼치고, 접히는과정이불연속적으로발생하는실존간의대화는시공간을초월하는 전시에기입한다. 연결, 분절하는 ʻ우리-실존’은추상적이고불투명한세계이다. 두사람, 어떠한언어를질문하는 사람으로서강유환과가닿은, 가닿지못한언어를수놓는사람으로서김규래가도래한언어를서로의손끝으로 연결ㅡ질문하고, 수놓는ㅡ하는과정에서생성한사물은우리에게말을건다. 사건은대화에서발견한삶의 한계를인정하는순간으로서하나이자여럿으로, 시작도끝도없이, 천천히서두르며그려진다. 

 

(3) 장-뤽낭시(Jean-Luc Nancy),『무위의공동체 (그린비, )』, p.  

작가노트

강유환 

위층에서흐른물이아래층천장벽지에서불룩한형태가되었다. 마찰로생기는피부의 물집이떠오른다. 이마찰은어디서온건가. 집을몸처럼보게되었고, 집과사물은몸의 연장이되어, 떠올릴수없는과거누군가의몸이, 지금의나의몸이하나의집에서있다 사라졌음을본다. 

무언가말하는목소리만남은알수없는진동의웅웅거림이열지않은문밖에서내내 들린다. 닫혀있을때없던문턱은공간을나누면서도동시에이어주는틈이된다. 언제 들어왔는지도모를벌레의꿈. 냄새로알게된곰팡이가겹겹이쌓인장판사이에서번진다. 

점점커지는천장구멍, 어두워서보이지않는모서리, 중력으로내려앉은모기장, 밖에서 데려온식물의뻗어가는방향, 공중에서사라지는수증기, 알수없는얼룩들, 말라가는 페인트, 축축한수건에서물집같은얇은막(膜)을떠올린다. 희미해져야생겨나는연결은 얼마나선명한가. 

김규래 

문앞에검게줄지어진개미에시선을맡긴다. 시선의끈에는검은박쥐가구멍처럼있다. 본 적없는비워진몸은본적없으니여전히박쥐고, 또가벼운덩어리였다. 그게어디서부터 았는지궁금해졌다. 동굴을찾아나섰다. 

마을에서오래산할머니에게물어보니, 호랑이산과얽힌금광동굴과붉은돌에대한 이야기를듣게되었다. 박쥐의거처를찾아나섰던동굴찾기는할머니를만난후금광에 대한구전으로이어졌고, 그곳은호랑이를닮아호랑이산이라고불리는곳에있었다. 

우연히만나, 들은이해할수없는것들을이해하기위한이야기. 이야기는먼과거로부터온 증언이었다. 시골에서는이야기를들은사람이줄어들어옅어지고투명해질것이다. 그러면 이제어느누구도에게도호랑이처럼보이지않을산과폐광으로보이지않을동굴만남을 것이다. 

전시 기간 | 2025 03.07 – 2025 03.17

운영시간 | 12: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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